인니 축구장 참사 125명 사망...최루탄 쏘자 인파 몰리며 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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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03. 오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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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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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에서 패배팀 팬들 경기장 난입
125명 사망·수백명 부상
‘최악의 축구 참사’ 중 하나로 집계될 듯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말랑 리젠시의 축구 경기장에서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자바주의 한 축구장에서 관중들의 난동과 경찰 진압으로 12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현지 매체 콤파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일 저녁 동부 자바주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구장에서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 리그(BRI리가1) 아르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다. 이날 홈팀 아르마FC가 3대 2로 패배하자 흥분한 아르마FC 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자, 최루탄을 피하려는 인파가 출구 쪽으로 달려가다 넘어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당시 영상을 보면 관중들이 방패와 곤봉을 든 경찰과 대치하거나 몸을 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1일(현지시간) 저녁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칸주루한 구장에서 아르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관중 수천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125명이 사망했다. 관중 난입 사태로 파괴된 경찰차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압사와 질식 등으로 125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인도네시아 당국은 밝혔다. 대부분 압사당했으며, 사망자 중엔 경찰관도 2명 포함됐다.

애초 인도네시아 경찰은 축구장 참사 사망자가 174명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주정부가 125명으로 조정했다. 에밀 다르닥 동부 자바주 부지사는 현지 매체 메트로TV에 “몇몇 이름이 두번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니코 아핀타 동부 자바 경찰청장은 “34명은 경기장 내에서 거의 즉사했으며 나머지는 병원에 이송된 후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인파가 서로 깔리고 질식하면서 사망자가 다수 나왔다. 300명 이상이 다쳐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부상당한 이들 중 대략 180명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환자가 이송된 한 병원의 병원장은 “사상자 일부가 뇌 손상을 입었고 사망자 중에는 5세 어린이도 있다”고 현지 메트로TV에 말했다.

이번 참사가 벌어진 칸주루한 경기장에는 참사 당시 관중 4만2000명이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를 두고 사고 당시 경기장이 관객 수용 한도를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흐푸드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3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지만 입장권이 4만2000장 팔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중 약 3000명이 경기장에 난입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또한 관건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전과 보안 규정’에서 총기나 ‘관중 통제용 가스’를 경찰과 보안관이 소지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동부 자바 경찰 측에 이러한 규정을 알고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즉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인권위원회는 최루탄 사용을 포함해 현장 보안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현지 매체들과 외신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그라운드에 난입한 관중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자 놀란 관객들이 한꺼번에 특정 출구로 몰려들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니코 청장은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기장 10번 게이트라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한 한 청년(22)은 “경찰의 비인간적 진압으로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는 “국가가 과도하게 힘을 행사했다. 군중을 그렇게 진압하는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니코 청장은 “관중들이 차량을 불태우면서 무법적으로 행동하고 경찰을 공격할 때, 우리는 최루탄을 쓰기 전 이미 예방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경찰이 말랑 리젠시의 축구 구장에서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명 피해가 커지자 조코위 대통령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2일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의 마지막 축구 비극이 돼야 한다”며 “이와 같은 인명 피해가 앞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청년부 장관, 경찰, 인도네시아 축구 협회장에게 축구 경기의 안전성과 안전 절차를 철저하게 평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자이누딘 아말리 스포츠청년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가 국가적·국제적 수준의 축구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발생했다. 우리의 축구 이미지가 손상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인도네시아가 내년 5~6월 FIFA U-20 월드컵을 개최하고, 더 나아가 아시안컵 유치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축구 경기에 관중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축구 경기의 안정성을 평가하겠다”며 “‘팬들이 경기장에 가는 걸 다시 금지하게 될 것인가’가 우리의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사 여파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향후 일주일간 프로 축구 리그 경기가 중단된다. 모차마드 이리아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회장은 “희생자의 가족들과 사고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인도네시아의 과격한 축구 응원 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인도네시아 프로 축구 1부 리그팀들은 일명 ‘마니아’라 불리는 광적인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벌 팀 간 경기에선 팬들이 섬광탄을 쏘거나 선수들에게 물병이나 돌을 던져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경찰은 라이벌팀 간 경기에선 원정팀 응원단의 출입을 금지하고 주요 경기에는 전투경찰을 배치한다. 선수들을 경찰 장갑차에 실어 이동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아워 사커(SOS)에 따르면, 1994년 프로 리그가 시작된 이후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과격한 축구 응원 문화 탓에 사망한 사람들은 78명에 이른다.

이번 참사는 역대 최악의 축구장 난동들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1964년 5월24일 페루 리마국립스타디움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320명이 죽고 1000명이 부상한 바 있다. 2001년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는 클럽 축구 경기 중 흥분한 관중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이를 피하던 관중들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126명이 사망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축구와 관련된 모든 이에게 암울한 날이며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이라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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