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제2의 로블록스 찾아라… 본격 개화하는 메타버스 유망주 분석

박지훈 기자
입력 : 
2022-01-05 17:35:56
수정 : 
2022-01-05 17:36:11

글자크기 설정

‘2000만원 투자해 수익금이 무려 250억원!’

여느 싸구려 주식 추천주 서비스 광고 카피가 아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레이스에서의 미미한 존재감과는 달리 10여 년 전에 투자한 회사의 수익률이 큰 화제가 됐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안철수 후보가 아니고 그가 운영하던 회사인 안랩의 수익률이다.

지난 12월 13일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10년 전인 2011년 미국의 한 회사에서 투자자를 구했고, 제가 살펴보니 그 회사는 메타버스(Metaverse)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다”라며 “벤처캐피털의 펀드를 통해 그 회사에 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안랩이 투자한 이 회사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Roblox Corporation)이다. 2004년 설립된 이 기업은 2006년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선보였다. 게임 이용자는 마음대로 게임을 설계하고, 자신이 만든 게임에 다른 사람을 온라인으로 초대해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최근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이 기업은 단숨에 메타버스 선구자로 도약했다. 10년 전 주당 9센트였던 로블록스의 주가는 최근 115달러 89센트까지 치솟았다. 수익률로 따지면 1287배 넘게 오른 셈이다. 2000만원을 투자했던 안랩의 지분액은 250억원이 됐다.

사진설명
잘루미디어그룹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하우스 오브 드림’ 전경
▶15년 투자한 메타버스 게임 결실 투자자들 “제2의 로블록스를 찾아라”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가 현실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 세계의 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메타버스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빅테크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업체, 반도체, 통신사는 기본이고 은행, 유통, 제조업, 대학 등에서도 메타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42.9% 성장한 82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8년간 17.4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아바타로 접속하는 가상세계지만 현실 세계의 사건이나 인물과도 긴밀히 연결되는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메타버스가 서비스로 구현된 시초는 2003년 출시된 게임 ‘세컨드 라이프’였다. 이 게임은 목표가 주어지지 않고 유저 간의 교감에 집중돼 게임보다는 소셜미디어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메타버스는 콘텐츠 부족에 더해 스마트폰 보급화로 쇠퇴기에 진입했다. 주로 사용하던 기기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초기 스마트폰의 낮은 성능, 작은 화면으로 몰입감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첨단기술이 발전하고 입체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적 활동이 디지털로 이뤄지고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어가며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설명
페이스북은 기존 사명을 버리고 META로 제2의 탄생을 선언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이제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 외에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수익화에 나선 기업들까지 따지면 참여하지 않은 기업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사명은 버리고 ‘메타’로 제2의 탄생을 선언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오큘러스라는 VR 기기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플랫폼 자체를 메타버스로 변화시켜 플랫폼 선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플도 최근 메타버스에 활용할 수 있는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이르면 2022년에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기존 인터넷과 모바일이 화면을 공유했다면, 메타버스는 3D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허무는 실감 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 2000년대 후반의 모바일 같은 신규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팡(FAANG) 주들의 급격한 성장을 견인했다”라며 “메타버스는 모바일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관련 수혜가 기대되는 업체들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MS·애플·메타·텐센트까지 글로벌 빅테크 메타버스에 사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ICT 기업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빅테크의 생태계 선점 경쟁이 시작된 이상 투자자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 소프트(MS)는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업체로 메타버스 경쟁력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구동을 위해 필요한 클라우드부터 혼합현실(MR) 헤드셋 홀로렌즈, 3D 협업 플랫폼 MS 메시, 로블록스 경쟁작인 마인크래프트 등을 보유해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을 위한 최적의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등 엔터프라이즈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한 후보주자로 꼽힌다.

애플은 2022년 AR·VR 기기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비즈니스 모델은 메타버스의 개념을 100% 구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명을 바꿀 정도로 관련 산업에 진심인 메타는 2014년 VR 기기인 오큘러스(Oc ulus)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상위 5개 확장현실(XR) 브랜드 업체 중 점유율 53.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9월에는 스마트글라스 출시로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 바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스토어 등 생태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 중 가장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전 직원 1만여 명 가운데 약 18%가 리얼리티 연구소(Re ality Labs)에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VR 소셜앱 호라이즌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얼굴을 정확히 인식하고 움직임도 구현하는 리얼 아바타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설명
중국의 인터넷기업 텐센트 역시 메타버스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텐센트는 티미 메타버스, QQ 메타버스 등 메타버스는 이미 관련 100여 개 상표를 출원한 바 있고 자사 게임 개발사 티미스튜디오에서 중국판 로블록스 지플랜(ZPLAN)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플랜은 SNS와 게임을 결합한 3D 오픈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텐센트는 이미 서비스 수익화 경험을 통해 강점을 지니고 있어 중국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해외에는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생태계 초기에 많은 기업들이 선점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옥석가리기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조 연구원은 이에 대해 “메타버스는 초기 성장산업으로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며 “장기 수혜주 역시 불명확한 상태로 ETF를 활용한 투자전략을 추천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TF를 통해 투자할 경우 다양한 기업에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메타버스 ETF는 META와 MTVR가 있다. 두 상품은 다소간 차이가 있다. META는 반도체 포함 전 생태계에 집중된 반면 MTVR는 플랫폼과 콘텐츠 업체들에 더 포지션을 집중하고 있다. 비용비율은 각각 0.75%, 0.74%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 외에도 IWFH는 가상 업무와 삶 관련 ETF로 성격이 약간 다르나 메타버스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메타버스 ETF로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운용보수도 0.47%로 낮아 가성비를 따지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대 일평균 거래대금은 META 300만달러, MTVR 24만4000달러, IWFH 1만1000달러 순이다.

사진설명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들도 고점 찍고 조정, 매수 적기일까? 지난 한 해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들 역시 핫한 시절을 보냈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으로 꼽힌 기업들은 나란히 역사적 고점을 연일 갱신한 이후 최근 하락 곡선을 그리며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 관련주로 급부상한 시각특수효과(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 ‘덱스터’ 주가는 11월 18일 장중 최고가 5만3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17일 종가기준 2만9750원까지 하락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40%이상 하락한 셈이다.

VFX 전문 기업 ‘자이언트스텝’도 11월 17일 장중 최고가 17만2000원을 기록했으나, 현재 12만7100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자이언트스텝’은 지난 3월 상장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 올랐다. 메타버스 광풍을 타고 ‘대박’을 친 대표 테마주다. 그러나 17일 종가기준 12만 8000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업 ‘엔피’도 11월 18일 장중 2만1450원까지 올랐다가 17일 1만4250원으로 33% 이상 하락했다.

사진설명
NH농협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메타버스 테마주로 꼽힌 기업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단기로 이미 몇 배가 오르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도 대거 몰렸다. 초기 테마로 묶인 기업들 일부가 거품론에 휩싸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진단한다.

2022년 메타버스 산업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금부터 분할 매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메타버스 관련주를 담고 있는 ETF들도 고점을 기록한 이후 조정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산업 초기에 관련주들이 수직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16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4종의 메타버스 ETF 중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ETF 주가는 지난 1달간 10.7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상장된 메타버스 ETF 가운데 가장 큰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이날 주가는 1만2525원으로, 최고가(1만5340원)을 찍은 뒤 3000원가량 빠졌다. 이 상품이 담고 있는 주요 종목으로는 펄어비스(8.60%), 하이브(8.03%), LG이노텍(7.26%), 위메이드(7.19%), 아프리카TV(5.42%), 에스엠(5.26%), NAVER(5.24%), 제이콘텐트리(4.46%), 크래프톤(4.22%), 카카오게임즈(3.95%) 등이다. 이 중 LG이노텍을 제외한 모든 종목들이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설명
이 밖에 KBSTAR iSelect메타버스(-8.96%), TIGER Fn 메타버스(-8.21%), HANARO Fn K-메타버스MZ(-3.43%) 등도 한 달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그럼에도 지난 10월 13일 설정 이후 전체 수익률로 보면 평균 20% 이상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게임주들의 약세가 ETF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의 주가는 지난 11월 22일 최고가(24만5700원)를 경신하고 연일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는 16만3400원으로, 최고가 대비 32%나 빠진 상황이다. 펄어비스 역시 지난 11월 17일 최고가(14만5200원)를 기록한 뒤 약세를 보이며, 현재 12만원 선까지 하락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작 흥행과 더불어 메타버스·대체불가능토큰(NFT)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게임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최근 한 달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 중 크래프톤(3387억원), 엔씨소프트(2366억원), 카카오게임즈(2131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진설명
현대차가 로블록스에 마련한 가상 체험 공간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하이브, 에스엠 등 엔터주들도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등장과 델타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브 주가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으로 최고가(42만1500원)를 찍은 후 9만원가량 빠진 33만원 선을 기록했다. 에스엠 주가 역시 최고가(8만5000원)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7만원 초반으로 하락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산업이 아직 초기 국면이라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2021년은 투자자들이 실적보단 뉴스 모멘텀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면 2022년부턴 메타버스 실체에 더욱 주목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