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비디오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750억달러(약 89조5000억원)에 인수한다.
MS는 기술정보(IT)에서 가장 유망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메타버스(가상현실)에 베팅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세기의 거래'를 맺었다. 하지만 액티비전의 성차별적 문화와 규제 가능성도 동시에 떠안았다는 위험도 있다.
◇나델라 MS CEO 2014년 취임 이후 최대 인수
MS의 사티야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액티비전 인수에 대해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을 통들어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라며 "메타버스플랫폼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나델라 CEO가 2014년 취임한 이후 최대 베팅이다. MS의 품에 안긴 액티비전은 매출 기준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에 이은 3대 게임업체로 떠올랐다고 FT는 전했다. MS와 액티비전은 전세계 수 십억 명의 거대한 온라인 게임커뮤니티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나델라 CEO는 예상했다.
스타크래프트부터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캔디크러쉬까지 액티비전의 온라인 게임을 하는 월간 이용자는 4억명에 달한다. MS게임서비스 '게임패스'의 구독자는 2500만명이다.
이번 거래는 전액 현금으로 MS는 액티비전 주주들에게 주당 95달러를 지불해 인수 발표전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종가 대비 45% 웃돈을 주는 것이다. FT에 계산에 따르면 이번 인수규모는 750억달러로 액티비전 시총 687억달러에 순현금자산 63억7000만달러가 더해진 것이다. 이번 인수 소식에 블리자드 주가는 26% 폭등했고 MS 주가는 비용부담에 2.4% 내렸다.
◇프랫보이 문화, 미중 규제 위험
MS가 액티비전 인수를 통해 메타버스 베팅했지만 동시에 법적 소송과 규제 위험도 떠 안았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이 액티비전을 상대로 '사내 성차별과 성희롱'을 언급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그 이후 회사에서 이른바 '프랫보이'(남성성이 강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대학생) 문화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오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경영진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비난의 골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도 이러한 위법 행위를 회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규제당국에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미국에서 대형 기술업체들은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으로 인해 규제 1호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기술경쟁을 벌이는 중국 역시 이번 합병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30년째 액티비전을 이끌고 있는 바비 코티크 CEO는 강간을 포함한 성적 위법행위를 수 년째 알고도 묵과하고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이후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코티크 CEO는 지난 10월 직원 20명을 해고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액티비전 주가는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고소 이후 거의 30% 주저 앉았고 덕분에 MS는 액티비전을 다소 헐값에 매수할 수 있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이베스 애널리스트는 "액티비전의 주식은 지난 몇 개월 동안 CEO 관련 이슈로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았지만, MS에는 소비자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독특한 자산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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