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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리얼한 성범죄' 심각하게 고민해야

[취재수첩]

  • 윤은별 기자
  • 입력 : 2022.06.24 14:13:52
  • 최종수정 : 2022.07.02 20:36:25
“접속 1시간 만에 파티가 열린 어느 방으로 안내됐다. 그곳에서 아바타가 다른 사용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메타버스 문제를 연구하는 어느 연구자의 말이다. 메타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의 이야기다. 이 연구자는 자신의 캐릭터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다른 이용자들이 구경하기까지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커지면서 관련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 앱이 ‘국민 앱’이 되면서 오픈채팅 등을 이용한 신종 성범죄가 나타나 사회를 놀라게 했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까지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소셜미디어 메시지나 게시글, 사진을 이용한 성범죄도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다음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수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게 되면서 이곳에서도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중이다.

문제는 플랫폼은 ‘리얼’해지는데, 이용자 연령대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최종 목적지는 AR·VR 글라스를 활용해 모니터를 넘어선 ‘진짜 같은 가상현실’이다. 더욱 ‘리얼한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게다가 제페토 이용자의 80% 이상은 10대 청소년이다. 청소년 간 디지털 성범죄는 물론, 성인 가해자의 ‘아동 디지털 성범죄’까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 가상세계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현실 법 체계로 규제하기도 어렵다. 뒤늦게 국회에서 메타버스 캐릭터 대상 성적 괴롭힘을 제재하는 ‘디지털 성범죄 4법’이 발의됐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2003년 선보인 ‘원조 메타버스’ 세컨드라이프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플랫폼 내 범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생태계도 다양해졌지만 범죄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순간에 성장세가 고꾸라질 수 있다. 2022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내용이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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