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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토큰’ 부동산·고가 미술품 주식처럼 거래

박지훈 기자
입력 : 
2022-06-29 15:46:05
수정 : 
2022-06-29 16: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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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일까? 코인일까?’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증권형 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을 제도 내로 편입하려는 각국의 정책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분해서 규제하고, 가상자산 해킹 및 시스템 오류 등에 대비한 보험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때 내세웠던 주요 가상자산 공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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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5월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이와 같은 가상자산 규제 방안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위원회의 목표 중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을 꼽으며 가상자산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주요 과제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국내 ICO 여건 조성 등이 있다.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가상자산 시장이 책임 있게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증권형 토큰이다. 제도 개선 방향 중에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 여건 조성 및 규율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요할 때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고 해외에는 이미 시행 중인 증권형 토큰이 국내에도 허용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증권형 토큰의 강점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 증권거래의 취약점을 개선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디지털자산거래소(European Digital Asset Exchange)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 발행의 경우 기존 주식 시장 IPO에 비해 최대 40%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을 통한 공시, 보고, 확인 절차 등의 컴플라이언스를 자동화하는 등 증권 발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은 화폐 단위로 분할결제가 가능하여 고가의 부동산, 예술작품 등에 대한 투자 접근성도 확대할 수 있다. 반면 한계도 존재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 문제나 실시간 가격 파악과 고빈도매매(HFT)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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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적용받는 증권형 토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증권형’, ‘비증권형’으로 나눠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STO)은 주식처럼 부동산, 미술품, 매출채권 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간담회에서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 여건 조성 및 규율체계를 확립하며, 비증권형 코인의 경우 국회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발행·상장·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증권형 코인에 대해서는 해킹, 시스템 오류 등에 대비한 보험제도 도입이나 부당거래 수익 환수 등 보호장치 마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성을 띤 가상자산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해 기존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비증권형 가상자산만 새로 만들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다룬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 해외 사례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탈중앙화, 익명성, 초국경성 등 가상자산의 특성상 규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 확보 및 공조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며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행정명령 등 각국 규제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증권형 토큰이 제도 내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투자 업계도 선제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도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해 관련 사업을 구상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적용받는다. 금융위는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을 지켜보며, 투자계약증권 성격이 있는 토큰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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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증권형 토큰 상품으로는 지난 4월 세종텔레콤의 비브릭(BBRIC)이 선보인 부동산 수익증권이다. 부동산 수익권을 디지털화해 이를 블록체인 분산원장과 예탁결제원 장부에 동시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보호한다. 비브릭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 지정에 따른 혁신 사업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는다.

키움증권은 세종텔레콤, 비브릭과 손을 잡고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 부동산 상품 개발 및 계좌 연동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희재 키움증권 리테일총괄본부장은 이에 대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STO에 대한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부동산 자산뿐 아니라 STO 시장 내 다양한 협업 과제를 발굴해 업계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역시 자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을 전담할 신규 자회사를 연내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SK증권은 블록체인 관련 팀을 신설하고 디지털자산 수탁 업무를 연구하고 있으며 삼성증권은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비상장주식 중개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운영 중인 피에스엑스는 비상장주식의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증권형 토큰을 활용한다. 이르면 7월 중 소수의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서울거래 비상장 플랫폼 내에서 증권형 토큰 거래를 개시할 방침이다. 예탁결제원도 STO 발행 및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또 지난해 12월 ‘STO 플랫폼 개념검증 수행사업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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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증권형 토큰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하고 규율체계를 확립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전요섭 제도운영기획관은 이날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 소비자와 글로벌 금융 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디지털자산 규율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또한 전요섭 단장은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행정명령 등 각국 규제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탈중앙화, 익명성, 초국경성 등 가상자산의 특성상 규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 확보와 공조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사들 이미 서비스 개발 中 먼저 제도가 도입된 미국의 경우 이미 증권형 토큰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으며 금융당국과 업계 간 제도 논의가 활발한 편이다. 증권형 토큰 성공 경험이 있는 발행 플랫폼사가 증권형 토큰의 표준을 만들어나가며 업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서비스 통합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증권형 토큰은 전통적인 증권과 매우 유사한 라이프사이클을 거쳐 발행되고 거래된다. 증권법의 사모 발행이나 소액모집 규정을 이용해서 발행되며 대체거래소를 통해 2차 거래가 진행된다. 하나의 토큰이 복수의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증권사들도 증권형 토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사에 투자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쓰비시그룹(MUFG)은 증권형 토큰 리서치컨소시엄을 구성해 시큐리타이즈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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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모건스탠리도 시큐리타이즈에 4800억달러,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 시장 데이터 분석 및 블록체인 서비스 공급사 ‘코인 메트릭스(Coin Metrics)’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BNP파리바는 디지털자산 수탁사 ‘커브(Curv)’와 협업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에 기존 증권사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한 '미국 증권형토큰 시장동향 및 정책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할수록 종이증권·전자증권·증권형 토큰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질 것이고 결국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등 금융 시장의 원칙이 증권형 토큰에도 같이 적용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회사가 증권규제 준수를 위해 투자매매업·중개업 인가를 획득하거나 이미 인가가 있는 기존 증권사들이 기술사를 인수하는 방향이든 증권형 토큰이 자본 시장에 도입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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