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잘 고른 미술품, 부동산보다 낫다…억대 명작은 가격 안정돼 경기방어용 투자로 좋아, 복권 같은 수익 노리면 신진작가 작품에 도전 [WEALTH]

김슬기 기자
입력 : 
2022-09-02 17:16:18
수정 : 
2022-09-02 19:42:00

글자크기 설정

미술 투자에 나서는 아트 초보
`아린이`들을 위한 안내


다른 자산들과 상관관계 적어
불경기에 대체투자 수단 부각

대작들은 꾸준히 상승하지만
중소형주 같은 젊은 작가는
수요 따라 가격 급등락 빈번

초보자들은 안목 키우기 위해
작품 본연의 가치 음미해보고
수십만 원으로 판화 구입하거나
커피 한잔 값 조각투자도 대안
사진설명
30대 컬렉터(수집가) A씨는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 출품되는 국내외 작가 신작을 사전에 대거 계약했다. 3년 차 컬렉터로 지난 6월 스위스 아트바젤에 다녀올 정도로 열정적인 그는 세계적 화랑들의 텃세에 작품을 못 산 '한풀이'를 안방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서 할 작정이다. 9월 2일 코엑스에 상륙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아트페어에서 국내외 컬렉터들의 지갑이 열렸다. 서울로 모여든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과 전시를 만나러 나서기 전에 미술 투자에 처음 도전하려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미술 투자 가이드를 준비했다.

◆ 돈이 돈을 버는 블루칩 작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의 투자 성향이 달라졌다. 금융시장에 겹겹이 규제가 쌓이면서 미술품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술품은 불경기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선호된다. 주식, 부동산 등 다른 상품과의 상관관계가 적고 경기보다는 내재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안정적인 미술품 투자에는 블루칩 투자가 최선이다.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나 국내 시장의 대장주 이우환, 김환기가 대표적 블루칩이다. 시장의 검증을 받은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은 '억대'로 문턱이 높다.

블루칩 작가는 꾸준한 가격 상승이 장점이며 활황기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도 한다. 이우환이 1984년에 그린 대작 '동풍'은 2019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0억7000만원에 낙찰됐는데 2년 만인 2021년 8월 다시 경매에 나와 31억원에 팔렸다.

블루칩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작가를 수년에서 수십 년간 관리하는 세계적 화랑들의 특성상 미술관 전시를 유치해 평판과 가치를 높여주고, 작품의 수급 관리를 통해 가격을 방어해준다는 점이다. 작품 이력 관리에도 힘을 쓰는 덕분에 위작을 살 위험도 적다.

아트페어의 장점은 시장에서 주가가 높은 작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화랑과 달리 여러 작가와 작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아 MZ세대 선호도가 높다. 다만 프리즈 같은 대형 아트페어는 무작정 부스를 찾아간다고 블루칩을 사는 건 어렵다. 최근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대형 갤러리들은 '물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젊은 컬렉터들이 작품 구매 직후 시장에 다시 내놓는 리세일(재판매)이 늘면 가격 방어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작가는 매수 대기자만 수백 명에 달할 만큼 시장이 과열되고 있어 구매 이력이 없으면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화랑 디렉터는 "아트바젤에서도 워크인(walk-in·현장 구매)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간판 작가의 작품은 사전에 VVIP들에게 대부분 완판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블루칩을 잡기 위해서는 꾸준히 1차 시장인 갤러리의 매수 이력을 쌓거나 2차 시장인 경매를 통해 응찰해야 한다.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고가의 작품을 사기 위해선 '패키지딜'(비인기 작품 끼워팔기)도 감수해야 한다.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화랑들이 아트바젤 못지않은 작품을 공수하고 있어 블루칩을 만날 좋은 기회다. 한국에 처음 진출한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등 '빅3' 갤러리의 출품작은 놓치지 말고 만나보자. 프리즈 서울은 지난달 26일부터 온라인 뷰잉룸을 열어 110개 갤러리의 출품작을 미리 볼 수 있게 했다.

◆ 안목 있다면 젊은 작가에 도전
미술시장에는 워런 버핏 못지않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이가 많다. 코로나19 시대에는 MZ세대 컬렉터들이 열광한 젊은 스타 작가의 탄생이 줄을 이었다. 27세 미국 구상화가 애나 웨얀트는 지난 5월 19일 소더비 경매에서 '폴링우먼'이 162만달러(약 21억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뉴욕 롱아일랜드 햄프턴 아트페어에서 비치 타월 위에서 행인에게 그림을 팔던 작가였다. 당시 가격은 단돈 400달러(약 54만원)였다. 무려 4000배의 로또를 긁은 셈이다.

이처럼 젊은 작가는 수요가 몰리면 중소형주처럼 폭발적으로 가격이 뛴다. 미래의 블루칩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비평과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고 대형 갤러리에 소속되거나,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가를 일찌감치 찜해두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일치하면 수백만 원대일 때 선점하는 게 좋다. 미술 투자도 파레토의 법칙을 따른다. 수십 점 중 한 점만 대박이 나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위트 있고 색상이나 구도가 뚜렷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작품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다. 올 상반기에는 김희수, 콰야, 청신 등이 오픈런의 주인공이 되며 유명해지기도 했다. 일부 화랑에서는 수급 관리를 위해 3년 안팎 동안 판매 금지 조건을 걸고 팔기도 한다.

올해 키아프와 키아프플러스는 참여 갤러리들이 국제 경쟁력이 있는 한국 작가를 엄선한 덕분에 좋은 신진 작가를 만날 수 있다. 단 신진 작가 투자는 늘 하락할 위험이 있음을 명심할 필요는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호황기에는 신진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경매에 출품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경계가 필요하다. 경매사는 신진 작가를 발굴해서 키우는 갤러리의 역할을 할 수 없으며, 공개적으로 형성된 가격이라는 명분으로 가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예산 적다면 판화·아트토이·조각투자도
예산이 적은 컬렉터에게도 소액 투자 방법은 있다. 판화와 프린트에디션 등 아트상품이 대안이다. 소문난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도 아트토이부터 수집했다. 그가 수집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포즈의 컴패니언 조각으로 유명한 카우스를 비롯해 앤디 워홀 등의 캐릭터가 유명한 베어브릭 등이 각광받고 있다. 희귀한 작품은 경매에도 출품된다.

수십만 원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판화나 프린트에디션을 구매하는 '워밍업'도 가능하다. 판화는 일정 수량만 찍는 덕분에 원화 가격과 연동된다. 구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판화는 큰 폭으로 상승해 "잘 고른 판화가 웬만한 원화보다 낫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사후 판화는 가치가 떨어지니 생전 작가의 서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1000원부터 투자가 가능해 커피 한 잔 값이면 되는 조각투자도 있다. 국내에도 소투, 테사, 아트투게더, 아티피오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올해는 900억원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 상승장에서 니컬러스 파티, 이우환, 박서보 등 인기 작가 작품에 투자해 10~50%대의 짭짤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가 많았다. 조각투자는 거래의 번거로움이 없지만 실물을 못 보는 단점이 있고, 시장이 급락하면 손실이 날 수 있다. '월 10만원 그림 투자 재테크'의 저자 한혜미 아트딜러는 "재미 삼아 그림 투자에 입문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공동투자를 추천한다. 교양이 넘치는 투자 세계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은 덤으로 얻는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작년 광풍이 불었던 대체불가토큰(NFT) 투자도 올 들어 가상화폐가 폭락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크립토펑크,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무라카미 다카시 등 인기 작가가 탄생했지만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고가 작품에 대한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 구매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 일이다. '반려 미술'은 그 자체로 작품의 가치가 오르는 것보다 큰 만족을 준다.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술품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에 비해 더 큰 풍요로움을 안겨준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품이 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