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홈, 3D 등에 투자 이어 가…‘마케팅 플랫폼’ 중심 모델 벗어나 수익성 증명해야

[비즈니스 포커스]
부동산 한파 속 ‘신사업’에서 돌파구 찾는 프롭테크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판매 업체 질로(Zillow)는 ‘부동산업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업체다. 질로는 2018년 낡은 집을 구매해 리모델링 후 되파는 ‘아이바잉(iBuying)’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은 호황기였고 ‘아이바잉’과 같은 사업은 프롭테크 업체들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질로는 지난해 ‘아이바잉’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부동산을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야 수익이 나는데 최근 부동산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프롭테크’는 글로벌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지난 몇 년간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아 온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시장 하락기를 맞으며 프롭테크 기업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국의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은 지난 5년여간의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누적 투자액 5조원을 달성할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부동산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 프롭테크 업체들은 신사업 전략을 앞세우며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비슷한 사업 모델 가진 경쟁자 늘어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원룸과 오피스텔을 중개해 수수료 등을 받는 ‘집토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 중 하나였다. 2016년 설립 이후 누적 투자금만 90억원을 유치했을 만큼 시장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집토스의 누적 거래액 또한 지난해 상반기 1조원에서 최근 2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집토스는 올 상반기 직원의 30%를 떠나보내는 인력 구조 조정을 감행해야 했다. 올해 초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며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직방과 다방 등 대표 프롭테크 업체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직방은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직방의 영업 적자는 82억원, 순손실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58억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늘었다. 다방을 운영 중인 스테이션3는 지난해 영업 적자 8억원, 순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다방은 매출 감소가 영업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021년 다방의 매출은 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시장을 키워 가던 프롭테크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데는 비슷한 사업 모델을 지닌 경쟁 업체가 늘어난 상황에서 부동산 침체의 장기화가 직격탄이 됐다. 부동산 거래 절벽은 숫자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11월 30일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주택 매매 거래량은 44만996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9만42384건)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부동산 침체는 공인 중개업소들을 포함한 부동산 연관 산업 모두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롭테크 업체들이 부동산 거래 절벽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데는 ‘광고 수익에 의존도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한국 프롭테크 업체들의 상당수가 부동산 거래 정보와 공인중개사들의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프롭테크 중 ‘부동산 마케팅 플랫폼’의 비율은 56%에 달한다. 한국의 프롭테크는 중개·임대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니콘 프롭테크로 손꼽히는 ‘직방’을 포함해 다방·알스퀘어·패스트파이브 등 이름이 알려진 프롭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이 분야에 속해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들 프롭테크 업체들은 부동산 시세·정보 제공과 거래 중개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중개 수수료와 광고 수익원이 주요 수익원”이라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프롭테크 업체들의 광고 수익 의존 비율이 70~80%까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의 부동산 거래 감소는 공인 중개업소의 감소로 이어지고 공인 중개업계의 한파가 지속되면 수익의 대부분을 공인중개사들의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프롭테크 업체들의 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연구원은 “기존의 프롭테크 업체들의 기업 가치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준으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수익 모델이 완성도가 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의 프롭테크도 스토리보다 구체적인 수익 창출력을 증명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프롭테크, 위기 극복할까
프롭테크업계에서는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마케팅 플랫폼’ 외에 또 다른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프롭테크계의 맏형인 직방은 11월 22일 기업의 얼굴인 기업 이미지(CI)와 로고를 교체했다. 2012년 서비스 출범 이후 10년 만이다. 직방은 이날 집 모양 아이콘에 ‘확장’의 의미를 담은 타원을 얹은 직방의 새 로고와 함께 ‘주거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프롭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기존의 ‘마케팅 중심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모델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사진=직방
사진=직방
이날 직방이 강조한 핵심 사업 모델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 모델과 ‘스마트 홈’ 모델 등 두 가지 분야다. 직방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모델은 이미 시장 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직방은 단순 광고 플랫폼을 넘어 2018년부터 직접 부동산 중개 시장에까지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기존 공인 중개 사업과의 갈등으로 인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프롭테크 업체들 간의 ‘반값 중개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아파트 전문 부동산 중개 서비스 우대빵을 비롯해 다원중개·집토스 등의 상당수 업체들이 ‘중개 수수료 반값’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이다. 그동안 반값 수수료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듯 보였던 직방도 11월 22일 ‘반값 수수료’ 경쟁에 본격적인 참전을 선언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값 수수료 경쟁’이 과열될수록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다. ‘반값 수수료’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만으로 수익성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기존의 ‘중개 마케팅 플랫폼’에서 벗어난 신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직방은 지난 7월 삼성SDS의 스마트 도어록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글로벌 스마트 홈 사업’ 부문에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홈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직방의 스마트 홈 사업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한 삼성페이 연동 스마트 도어록 신제품이다. 삼성페이 디지털키를 발급받은 스마트폰을 지닌 채 접근하기만 해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로벌 가상 오피스 ‘소마’를 론칭하며 글로벌 가상 오피스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원격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사무실이다. 현재 20여 개 입주사가 사용 중이다. 직방은 현재 수익화 전환을 위해 입주사를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직방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 프롭테크 업체인 다방은 지난해 12월 부동산 비대면 계약 서비스인 ‘다방싸인’을 론칭했다. 가상현실(VR)·인공지능(AI)·블록체인·3D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해 매물을 탐색하는 것은 물론 계약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직방이 ‘부동산 정보·중개 플랫폼’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신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면 다방은 3D 등의 첨단 기술을 통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사업 전략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알스퀘어는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기업 중심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2012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한 데이터를 고도화해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토지·건물 매입·매각 자문, 부동산 자산 관리(PM) 서비스 등을 펼치는 중이다.

이경자 연구원은 “프롭테크는 데이터와 IT를 기반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동산 시장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데 본질이 있다”며 “최근 한국의 프롭테크는 초창기 마케팅 플랫폼 일변도에서 다양한 신산업들을 전개하며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