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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전초전 된 VR 춘추전국시대

추동훈 기자
입력 : 
2022-04-08 14:16:33
수정 : 
2022-04-08 1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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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VR(가상현실) 산업 쟁탈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소니, 네이버, 월마트 등 기존 산업의 강자들까지 모조리 뛰어들며 진검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을 디지털 세상으로 확장시키는 새로운 차원에 대한 이야기다. 가상세계 속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을 하고 진짜 나를 대신해 아바타가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메타버스의 핵심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플랫폼적으로 메타버스가 구현될 시스템을 어떻게 갖추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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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기존 산업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펼쳐질 메타버스 세계는 아직까지 뚜렷한 절대강자나 대세라는 것이 없다. SNS 플랫폼에서 마이스페이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페이스북이 세계 1위 SNS 업체가 됐다. 또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 유튜브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불과 몇 년일 뿐이다. 현재 유튜브의 동영상 플랫폼 점유율은 압도적인 1위다.

이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분명히 절대강자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가 후발주자임에도 강력한 투자와 경쟁력 확보를 통해 현재 카카오에 인수된 다음을 제치고 포털 플랫폼 1위에 오른 바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떤 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제2의 유튜브, 제2의 네이버가 될지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핵심이 될 공간인 플랫폼 구축은 현재 모든 메타버스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플랫폼이 메타버스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해당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 단숨에 세계 1위 메타버스 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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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구현할 HW·SW 과제 플랫폼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구현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준비 역시 핵심 과제다.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가상의 공간에 구현되는 새로운 세상인 만큼 VR 기기를 통해 그 가상세계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VR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현재 VR 하드웨어 기업 1위 업체는 메타가 인수한 오큘러스다. 과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로 현재 진행형인 VR 기기 경쟁에선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오큘러스의 퀘스트 기기를 낙점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오큘러스는 시장 강자답게 가벼운 무게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 모델의 무게는 500g에 불과하다.

시장분석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증강현실 기기 출하량은 지난해 860만 대에서 2025년 5290만 대로 6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의미다. 절대강자 오큘러스 퀘스트2의 점유율이 75%로 압도적인 가운데 과연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누가 깨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큘러스의 뒤를 이어 현재 VR 기기 시장에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우선 애플은 현재 애플VR(가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의 충성도 높은 팬덤은 현재 애플VR로도 그 기대감이 전가되고 있다. 애플이 만들면 그래도 다르다는 생각과 기대감에 애플VR의 출시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애플VR의 출시는 현재로선 난망한 상황이다. 올해 중 출시가 예정됐던 해당 제품은 최근 개발이 더뎌지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만들어내는 데다가 애플에 대한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해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다시금 연중 출시 계획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실제 올해 출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애플VR의 경우 자체 개발 CPU 칩과 여러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집대성될 예정이다. 애플의 VR 기기는 4K 화질까지 지원되는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고급, 고사양 기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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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소니도 VR 기기 출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역시 VR 기기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그 주인공으로 자체적으로 구축 중인 메타버스 세상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니 역시 최근에 플레이스테이션5와 유사한 색상과 디자인의 VR 기기 ‘VR2’를 선보였다. 5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배경에는 더 이상 메타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운영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이러한 VR 기술을 접목시킬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 역시 메타버스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회사의 기조에 걸맞게 새로운 뉴스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VR 기기가 아닌 사무용, 업무용 기기로서 역할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무척 분주하다. 일단 메타버스에 회사의 명운을 건 메타는 전체 인력의 상당 부분을 신규 사업인 메타버스 분야에 배치하는 등 메타버스 경쟁력 확보에 올인한 상태다. 이미 하드웨어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경우 사실상 메타버스의 맹주는 메타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단순히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이라 생각됐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때 아닌 타 산업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스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벌써 수억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상태다.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이 확보될 경우 하드웨어나 기타 소프트웨어 기술 등은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플랫폼 선점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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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시행착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메타는 최근 VR 기술 구현을 위한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포기했다는 뉴스로 곤욕을 치렀다. 메타는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현재 시장에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던 메타는 지난 2021년 유럽에서 메타버스 전문 인력 1만여 명 채용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최근 들어 메타는 VR 기술 전문가 등 업계 고급인력을 싹쓸이한다는 논란을 받으며 이슈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AR(증강현실) 인력 100여 명 중 40%가 메타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업계에선 인력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쟁탈전도 치열한 상태다. 최근에는 애플의 주요 VR 인력들이 메타로 이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제살 깎아 먹기식 인력 유출 경쟁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반대로 해석하면 현재 업계에서 VR 전문가의 몸값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 산업분야이며 아직 제대로 영글지 못한 생태계의 전문가들이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러한 전문가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임 등 킬러콘텐츠 전쟁 뜨거워 VR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 전쟁도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VR 기기가 결국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구현할 플랫폼과 더불어 사용자가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콘텐츠 분야에서는 게임 업계의 선전이 도드라진다. 미국 게임 업체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게임 스타일과 가상공간에서 사실상 사회생활을 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다양한 메타버스 관련 기업 및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루이비통, 구찌 등 여러 명품 기업들이 로블록스의 세계관에 가게를 열고 가상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은 메타버스의 정수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VR 특화형 콘텐츠에 최적화된 게임 업체들은 앞으로도 VR 콘텐츠 확보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임 업계의 M&A 소식은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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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회사가 게임 회사를 인수합병한 부분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블리자드 인수를 이유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인수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M&A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가져다줄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뒤이어 한 달도 안 돼 소니 역시 게임 개발사 번지를 36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게엄 업계에서의 쟁탈전이 화제를 모았다. 소니 역시 헤일로 인피니티 등 강력한 IP를 보유한 게임 개발사를 인수함으로서 콘텐츠 경쟁에서 후발주자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피력을 한 셈이다. 콘솔게임 업계에서 직접 경쟁 중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표 게임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과 X박스를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시장 점유율이 75%로 압도적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이처럼 게임 업계가 VR 콘텐츠의 키포인트로 주목받는 이유는 게임이야말로 가장 생생하면서도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게임으로 접했던 주인공이 영화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등 콘텐츠 확장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타 경쟁사 역시 게임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 최근 플랫폼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넷플릭스 역시 게임 산업이 미래 먹거리이자 메타버스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해 합리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할리우드 영화배급사 MGM을 인수한 아마존 역시 이러한 게임 콘텐츠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기관 역시 이러한 VR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와 VR·AR 기술을 결합시키는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정책 지원을 시작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4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글로벌 실감형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황희 장관은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IP와 우수 기술력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실감콘텐츠는 콘텐츠 산업 차세대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한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실감콘텐츠 분야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추동훈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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